영화 "오펜하이머" : 그 날에 하늘이 불에 타서 풀어지고.......
개봉 첫날부터 150만 관객이 운집했다는 ‘오펜하이머’라는 원자폭탄에 관한 영화를 보기 위해 출발했다.
그리고, 원자폭탄에 대한 막연한 생각에 잠겼다. 북한이 핵폭탄을 보유했다고 선언했고, 틈만 나면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등 우리나라와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정치가의 주장대로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크라이나가 핵폭탄을 단 한 발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발걸음은 대전의 L 영화관 앞에서 머물렀다. 휴일도 아니니, 관객은 얼마 되지 않으려니 싶었다.
7층 2관으로 들어선 순간, 어둠 속에서도 관객들이 거의 전 좌석을 메우고 있는게 언뜻 보였다.
영화는 오펜하이머라는 물리학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건너간 오펜하이머는 애인과 사랑을 나누다가, 그녀가 보여 준 산스크리트어로 된 책을 읽게 된다. ‘죽음’ 그리고 ‘파멸’ 이라 단어가 들어있었다. 처음 오펜하이머가 물리학 이론을 발표하려는 순간, 모였던 학자들은 그가 영어는 할 줄 아느냐고 놀리기도 하며 모욕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다가 제자가 한 명, 두 명 늘어났다. 그는 학문적 열정으로 늘어난 제자들과 원자폭탄의 기본원리를 전파한다.
오펜하이머와 제자들의 연구는 차츰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더니, 마침내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게 되고, 오펜하이머에게는 군인들이 신변을 보호하게까지에 이른다. 마침내 핵에 대한 이론이 완성되고, 원자폭탄이 만들어지기까지에 이른다. 그는 타임지의 표지 인물이 되면서 ‘원자폭탄의 아버지’라고도 불리게 된다.
그러나 그는 심한 정신적 고통과 갈등에 시달린다. 미국의 대중은 열광했다. 이제 전쟁이 끝나게 되고, 아들들이 전장에서 돌아온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그의 애칭을 함께 외치며 흥분할 만큼 기뻐했다. 그는 영웅이 되었다. 그럴수록 정신적 고통에 몸부림친다.
마침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고, 수많은 사람들은 원폭의 열과 폭풍, 방사선으로 죽었다. 재앙이었다. 우울증으로 죽어간 애인이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대로 ‘죽음’과 ‘파멸’이었다.
이후 그는 대통령까지 만나기에 이른다. 대통령은 그에게 ‘최종적인 책임자는 나다’라고 하면서 돌아가는 오펜하이머의 뒤에 대고 ‘다시는 어린아이를 내 방에 들이지 말라’는 명을 비서에게 내린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 나는 어리석은 내 생각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 세계 어디에도 핵이나 수소폭탄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굳어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핵이 터져도, 자신이나 가족은 괜찮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현실은 아니다. 미국의 어느 관리가 원자폭탄이 개발되기 전 ‘3m 물에 빠져 죽으나, 300m 물에 빠져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가슴을 후벼 판다.
아니다. 사람이 살아야 동물도 살고, 식물도 살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죽어도, 설사 사랑하는 가족이 모두 죽더라도, 최소한 인류는 어떤 환경적 재앙이 닥쳐도 살아야 하지 않는가?
돌아오는 길 원자핵의 권위자인 김학노 박사에게 전화를 했다. 내 평소 생각을 완전히 바꾸었다고!
북도 남도 그 어느 곳에도 핵은 없어야 한다고....
신약성서 베드로후서 3장 12절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 그 날에 하늘이 불에 타서 풀어지고 물질이 뜨거운 불에 녹아지려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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