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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바늘에 찔리고 칼에 찢겨도

by 먼데이타임스 2023. 9. 27.

먼데이타임스는 진천의 소문 난 효자 원광수 씨의 구두병원을 찾았다.

세번 째 방문이었다. 어디가 편찮으시다는 말을 전해듣고 두번을 찾았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구두병원'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마침 병원에는 환자가 쇠망치로 얻어맞는 대수술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수술 중인데도 병원장은 먼데이타임스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 병원 한 구석엔 시인 이종대 씨가 진천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원광수 씨가

구두를 닦는 모습이 마치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듯 애정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하여 썼다는 

'구두병원'이라는 시가 걸려 있었다.

원광수 씨는 그 시를 20년 간이나 구두병원에 걸어 두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시를 보고 갔고, 어떤 분은 이 시에 감동 받아 시를 쓰기로 결심하고

마침내 자신의 시집을 낼 때 서시로 쓰기도 했다고도 한다.

그 옆에 이종대 작가의 수필집 '안고 업고 웃고'도 있었다.

구두를 고치러 온 사람들이 가끔씩 펼쳐 본다는 책, 그리고 시!

누가 무명시인의 시를 저렇게 소중하게 20년이 넘게 보관하고 있을까?

그건 원광수 씨의 지극히 따듯한 마음씨 때문이었을 게다.

 

사거리 한복판 작은 의자

어릴 적부터 구두를 닦아온

초등학교 동창생 광수가

구두를 고친다

세상 먼지 털어내고

닳아빠진 밑창은 기어코

뜯어 치운다

바늘에 찔리고

칼에 찢겨도

피멍 든 손바닥으로

고르지 않은 이 땅

높은 곳은 끊어버리고

터진 데는 메워가며

기우뚱거리는 거리에서

제대로 살아보라고

바르게 걸어가라고

바닥을 내려친다

타악탁 못질을 해댄다

- 이종대 <구두병원> 전문 시집 [뒤로걷기] 예술의 숲

 

원광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님과 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 중학교로 진학하지 못했지만,

바르고 곧게 살았다.

착한 아내를 만나 두 딸을 곱게 키워 시집도 보냈다.

그러면서 부모님을 극진히 모셨다.

그리고 작은 구두병원을 차려 그의 고향 진천을 지킨다.

 

초등학교 동기 중에는 교수님이 된 친구도 있고, 돈을 많이 벌어 사장님 소리를 듣는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원광수 씨를 존경한다.

​ 그는 삼수초등학교 24회 동창회 회장도 하면서, 친구들의 애경사를 일일이 챙기며 살았다.

군민대상도 받았고 도민대상도 받았다.

여러 번 텔레비전에도 나오기도 했다.

왜일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이유를 안다.

성실하기 때문이다.

인정이 있기 때문이다.

거짓을 모르기 때문이다.

포장마차를 하며 구두병원 옆을 지키는 아내를 끔찍이 사랑하기 때문이다.

어린 청소년을 위해 구두병원 일이 끝나면, 방범대원이 되어 고향 진천을 지키기 때문이다.